연탄 한장

연탄 한장

안도현

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
삶이란
나 아닌 그 누구에게
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
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
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
연탄차가 부릉부릉
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
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
연탄은,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
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
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
온 몸으로 사랑하고
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
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

생각하면
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
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
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
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, 나는

삶이란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말이 참 깊
이 와 닿습니다.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미끄러운 빙판을 걸을 만 하
게 만들어주는 연탄. 고장 난 교회의 히터를 고치기 위해서 이번 주에 여러 성
도님들이 여러 날 교회에 오셔서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셨습니다. 이분들이야
말로 우리 교회를 따뜻하게 덥혀주시기 위해서 자신을 아낌없이 불태우는
<연탄 한 장>이시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.
안도현 시인이 쓴 또 다른 연탄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. “연탄재 함부로 발로
차지 마라.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?” 올 겨울에는
우리가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뜨거운 사람이 되어 볼 수 있으면
좋겠습니다.
김해길 목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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